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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룸(the lost room)을 조심하라.

by 아예다른 2019. 12. 9.

 

  • 본 리뷰의 모든 내용은 주관적 의견이며, 객관적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콘텐츠의 이미지는 '왓챠플레이'와 '다음 영화'에서 갈무리한 이미지이며, 재가공한 것입니다. 

로스트 룸 (The Lost Room) / 2006 / SYFY 제작 / 미스터리 / 미니시리즈 6편

나는 '왓챠 플레이'를 이용하면서, 평점과 한 줄 평을 보는 '왓챠'도 애용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평점이 궁금했기 때문.) 왓챠의 평점은 꽤나 신뢰할 수 있을만한 지표 같은 것이었다. 단순히 별점뿐 아니라, 사람들의 솔직한 평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예외는 있는 법. 이 드라마 <로스트 룸>(왓챠 평균 별점 4.3)은 내가 밟은 지뢰이며, 폭탄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힌 격. (실제로 러닝머신을 뛰면서 시청하다, 황당한 전개에 당황해서 발등을 찍을 뻔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왓챠의 높은 평점에, 큰 기대치를 가지고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B급 드라마인지 전혀 몰랐다.)

<로스트 룸>은 컬트적인 매력이 다분한 작품이다. 다만 대중적인 눈높이에는 만듦새가 허술하다. 이 글은 추천이 아니라 드라마를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나와 같은 고평점의 피해자를 구원하는)을 소개하는 글이다.

 


 

이 드라마는 정말 충격적이다. 시나리오가 너무 성의가 없어, 실소가 터질지도 모른다. (13년전 2006년은 <타짜>,  <괴물>이 개봉했고,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히어로즈>가 방영되었던 해이다. 그때 당시로부터 10년전에 <유주얼 서스펙트>(1996)가 개봉했다.) 사건의 개연성이나,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아주 일차원적이며, 캐릭터들의 매력은(주인공을 포함해서) '요만큼'도 느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졌을까? 그건 제작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제작사 'SYFY'의 원래 이름은 'SCI-FI'. SCIence FIction 즉 공상과학 관련(SF) 호러, 미스터리 등의 드라마를 방영하는 TV 채널이다. TV와 DVD 시장을 노린 저예산 드라마를 주로 만들었다.

전 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신비한 열쇠가 있다는 설정(이건 스포일러 아님). 실내 씬(scene)이 많고, 하나의 세트를 여러 번 활용 가능하니 제작비도 절감. 저예산을 주로 제작했던 syfy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운 시나리오가 틀림없다. 이외에 재밌는 설정이 많은 데다, 세계관 확장도 가능하다이 드라마는 그들에겐 최선이었던 것이다.

미스터리는 모두 풀렸다. 스토리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작품성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다툼과 비난을 멈추고, 이제 드라마의 매력과 재미요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된다

방탈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방탈출 게임'에 대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1년 전쯤 '러스티 레이크(rusty lake)'시리즈 게임을 즐겼었다. 대부분의 방탈출 게임은 별 특별한 설명이 없이 시작된다. 그러다 수수께끼를 풀게 되면, 갇힌 공간에서 탈출하고 새로운 길이 열리는 '일종의 퀴즈' 게임이다. 전후 설명이나 이유 같은 것보다, 어떻게 해야 이곳을 탈출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에(목표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그래서 방탈출 게임은, 그래픽(비주얼)이 좋지 않다고 해도, 재미만 있다면 큰 인기를 끈다. (실제로 '러스티 레이크'시리즈는 거의 플래시 게임 수준이다.) 오프닝도 짧게 텍스트로 몇 자 적어줘도 그러려니 이해한다.

,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자. 미스터리하면 떠오르는 것은 형사, 탐정이다. (주인공직업 : 형사) 신기한 물건이 등장하니까 사이비종교가 나오면 어떨까? (산악동호회 수준의 단합안되는 교단) 돈 많은 사람은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싶겠지? (부자가 왜 직접 위험에 뛰어들지?) <로스트 룸>의 시나리오는 끝날 때까지 이런 식이지만, 방탈출 게임에서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강력한 설정, 매력적인 수수께끼

앞서 말했던, 성의 없는 시나리오, 매력이 없는 등장인물이 나와도 괜찮다. 이 드라마에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력한 설정과 매력적인 수수께끼가 있다.

극 중에서 '오브젝트'라 부르는 특수한 물건이 있다. 생긴 건 평범한 펜, 열쇠(아주 많은 오브젝트가 있다.)지만 각각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그걸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거대 조직과 사이비 종교 등도 존재한다. 주인공은 그들과 싸우거나 연합하여, 물건들의 비밀을 풀어야만 한다.

깊이 있게 짜인 유기적인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독특한 아이템과 매력적인 설정을 즐길 수 있다면(어처구니없는 전개를 킥킥대며 웃어넘길 수 있다면),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편하게 시청한다면, <로스트 룸>은 재밌는 상상력을 지닌 볼만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 <아이 엠 샘>의 '다코다 패닝'의 동생이자, <슈퍼 에이트>, <말레피센트> 등 요즘은 더 잘 나가는 '엘르 패닝'이 주인공의 딸로 출연.
  • 밀러 형사(피터 크라우즈)를 보는 내내, <기묘한 이야기>의 '데이빗 하버'가 떠올랐다. 넷플릭스에서 '데이빗 하버'와 함께 드라마를 리메이크해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이 있다.
  • 이 드라마는 다음 시즌 없이 종영되었지만, SYFY 채널에서 비슷한 콘셉트의(오브젝트들이 등장하는)  <웨어하우스 13>이라는 드라마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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