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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MINDHUNTER)

by 아예다른 2020. 1. 29.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인드헌터(MINDHUNTER)'에 대한 리뷰입니다.
  • 본 리뷰의 모든 내용은 주관적 의견이며, 객관적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콘텐츠의 이미지는 '넷플릭스'와 '다음 백과'에서 갈무리한 이미지이며, 재가공한 것입니다. 

 


마인드헌터(MINDHUNTER) / 2020 / 넷플릭스 / 범죄, 스릴러 / 청소년 관람불가 / 시즌 1-2

  • 제작 : 데이비드 핀처, 샤를리즈 테론, 조 펜홀
  • 주연 : 조나단 그로프, 홀트 맥칼라니, 애나 토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하우스 오브 카드>는 초기 넷플릭스를 견인했던 훌륭한 작품이었다. 나도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핀처 감독은 사악한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이야기의 초반부터 사람을 끌어들이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의 전작들 대부분이, (마인드 헌터에서도 마찬가지) 멋들어진 인트로를 선보인다. 인트로 화면과 함께 작품의 로고가 뜨는 것만 봐도, 이 감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영화는 끝내주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마인드 헌터> 시즌 3는 무기한 뒤로 미뤄진 상태다. 하지만 만약에 시즌 3의 제작이 영원히 안되더라도, 이 드라마는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각본가 '조 펜홀'이 시즌 5까지 제작할 거라고 공언했는데, 중간에 끝나버려도 추천한다니 무슨 말이냐고?

그 이유는 당연히 '데이비드 핀처'의 사악한 마법 때문이다.

 

(왼쪽부터) 세븐, 조디악,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나를 찾아줘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4편이다. 핀처 감독은 범죄영화를 끝내주게 잘 만든다. 위에 소개한 4편 이외에도 <파이트 클럽>, <소셜 네트워크>, <하우스 오브 카드>등을 떠올려 보니, 사실상 계속 범죄영화만 만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폭력과 액션, 추격전 등을 잘 찍기 때문에, 이런 장르를 선호하는 것일까? 아니다. 얼마 전 <마인드 헌터>를 끝까지 보고 난 후에 문득, 핀처 감독은 그런 이유로 범죄물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시키려는 감독.

'데이비드 핀처'의 작품 속에는 늘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작품 속 그(혹은 그녀)는 친구나 가족이 없는 외톨이거나, 커다란 문제를 가지고 있고,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캐릭터의 주변에 어느 날, 커다란 사건이 벌어진다. 엽기적인 살인, 범죄, 등 사회가 요동치는 그런 일들 말이다.

그런 당황스럽고 무서운 일들은 아무도 이해할수 없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유일하게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외톨이' 캐릭터다. 그리고 그 캐릭터가 사건을 해결하며, 범죄자(혹은 목표)를 잡는다. 잡는다는 것은 그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했다면, 아직 잡지 못했어도 곧 잡을수 있다는 희망이 남는다. 

감독의 모든 영화들이, 위의 과정을 거친다. 아무래도 핀처 감독은, 대부분의 인간을 범죄자 혹은 부적응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불안하고, 언제든 픽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존재, 하지만 기필코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를 보면 재밌지 않아?라고 매번 묻는 듯하다. 

사실적인 UFO영화는 결국 미스터리로 끝나야 더 재밌는 법이다. 영원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재밌는 것임을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비드 핀처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담은 드라마.

물론, 이 드라마는 논픽션 원작이 있다. (존 더글라스의 '마인드헌터'란 이름으로 국내 출판) 그래서 핀처 감독은 더 좋아했을 것이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의 '샤를리즈 테론'이 그 책을 읽다가 '핀처'에게 건네며, 당신이 좋아할 이야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둘은 공동으로 이 작품의 제작을 맡았다.

연쇄살인(serial murder)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연속적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범죄자를, 악마로만 치부하던 시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는 FBI 팀의 이야기라니, 핀처 감독이 엄청난 흥미를 가졌을 법하다. 

 

(왼쪽부터) 홀든 포드 요원, 웬디 카 박사, 빌 텐치 요원

 

이 'FBI 행동과학부' 팀은 악명 높은 살인마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성장배경과 판타지 등을 분석하여, 체계적인 차트를 만들어 실전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프로파일러라고 불리는, 직업 자체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럼, 이 선구자 같은 사람들의 영웅담을 담았나?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홀든'은 친한 친구 하나 없는 사회성이 부족한 인간이며, '웬디' 박사는 FBI가 무시하는 심리학자이면서 동성연애자이고, 평범한 중산층 가장처럼 보이는 '빌'도 가정에 아주 큰 문제가 있다. 그들 삶의 문제도 이리저리 꼬이지만, 살인사건을 쫓아다녀야 하고, 직장상사의 눈치도 봐야 하며, 살인범을 인터뷰한다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는 일상을 담았기 때문이다. 

일상이 엉망진창인 형사들이, 세기의 연쇄살인마를 잡는다는 점에서 HBO의 <트루 디텍티브>와 유사해 보이는 지점도 있다. 하지만 <마인드헌터>는 더 생생하고, 체계적이며, 조심스럽다. 실제 사건을 다루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핀처'의 변곡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명작 <조디악>의 분위기가 드라마 내내 흐른다. CF 감독 출신으로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을 잘 뽑아내기로 유명한 그였지만, <조디악>에서는 차분하고 사실적인 영상만을 보여줬다. 실제 '조디악 킬러'라고 불린 살인범을 그린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핀처 감독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인드헌터> 시즌 1은 '데이비드 핀처'의 애정이 듬뿍 담긴 보석함과도 같은 드라마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비전이 이 드라마에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부리는 사악한 마법의 총합이라고나 할까.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마인드헌터> 시즌 1 포스터

 

데이비드 핀처의 단점은 그가 한 명이라는 것.

<아이언맨 (2008)>에서 '오베디아'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과학자들을 모아놓고, 왜 '아크 원자로'를 못 만들어내냐고 호통을 치는 장면이 있다. (*아크 원자로는 토니 스타크의 가슴에 붙어있는 동력원이다.) 토니 스타크는 납치되어 외딴 사막의 동굴에서도 아크 원자로를 만들었는데, 많은 자본과 재료가 충분한 이곳에서 왜 못 만드냐는 의미다. 그러자 과학자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토니 스타크가 아닙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러브, 데스+로봇>, <마인드 헌터>까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넷플릭스에서 만든 시리즈 물은 모두 다른 감독들과 협업해서 만든 것이다. 시리즈의 초반부를 그가 촬영하고 나서, 다른 감독들에게 바통을 넘기는 식이다. <러브, 데스+로봇>은 <데드풀>의 '팀 밀러' 감독, <마인드 헌터>는  각본을 쓴 '조 펜홀'이 후반 연출을 담당했다. 거의 모든 미국 방송사의 드라마는,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드라마들은, 재미나 깊이가 널뛰기하는 느낌을 받는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시즌 2까지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었지만, 시즌 3부터는 평이한 드라마로 변해가는 느낌이었다. <마인드 헌터> 시즌 1은 정말 압도적인 마스터피스인데, 시즌 2는 매우 안타깝게도 미완성에 가깝다.

 

핀처의 부재로 생겨난, 시즌 2의 문제점들.

웬디 박사의 일상이 많이 나오지만, 사건과 부합되지 않는 겉도는 느낌이 들면서 존재가 희미해진 것이 첫 번째 문제. (시즌 1에서 '홀든' 요원과 '데비'의 연애는 두 사람의 대화와 관계 상황이, 진행되는 사건과 딱 부합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웬디 박사의 연애와 일상은, 사건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쓸모없는 씬들이 되고 만다. 삶의 기쁨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행동과학부의 존망이 걸린 사건과 비교했을 때 그 중대함이 심히 떨어진다. 시즌 1에서 실력이 검증된 유능한 심리학자인데 전화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거나, 하다못해 상담을 하는 장면을 왜 넣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빌의 가정문제가 나오며, 사건들과 미묘한 연결점을 두는 것은 좋았다. (솔직히 접점이 아주 약하다.) 하지만 그 이유로 빌이 '흑인 아동 살해사건'에서 걸림돌이 되거나, 무능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거친 남자지만, 홀든을 대외적으로 지켜주고 묵묵히 따라가 주던 시즌 1의 모습은 사라지고, 갑자기 꼰대처럼 보이는 건 심각한 문제다. 

당연히 팀 내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연출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드라마의 주인공이 꼴랑 3명인데, 웬디는 연애만 하고, 빌은 가정문제 때문에 바빠서 (참여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사건에 방해가 되는 건 연출과 각본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시즌 2는 홀든이 단독 주인공인가요?라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 사건 해결은 주도적으로 하는데, (위에 언급한 빌과 웬디의 일상을 묘사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홀든의 일상이 전혀 묘사되지 않으니 그의 심리를 알 방도가 없다. 애틋했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없던 공황장애까지 생겼는데, 힘들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는 게 사람이 맞나 싶다. (눈치랑 사회성이 없지, 감정이 없진 않았었는데) 홀든 역시 시즌 2에서는 그냥 뛰어난 요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돼버린 것이 세 번째 문제다. 

결국 시즌 2는 많은 문제가 있고, 홀든의 '공황장애'와 웬디 박사가 사는 아파트의 '보이지 않는 고양이' 등 중요한 것처럼 보이던 장면들도 전혀 활용하지 않는 초보적인 모습으로 문을 닫는다. 출연자 중에 어떠한 인물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은, 핀처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많은 문제들은 시즌 5까지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쓰고, 연출까지 맡은 '조 펜홀'이 시리즈에서 사퇴한 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핀처는 시즌 2를 공개하기 직전까지, 편집실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하는데, 그가 그린 청사진과 '조 펜홀'이 만들어낸 그림이 완전히 달랐던 모양이다. (맘에 안 드는 것을 모조리 날리느라 바빴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래서 시즌 2의 이야기도 구멍이 난 거고...)

 

(왼쪽부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 시즌 2, 데이비드 핀처, 넷플릭스 영화 <맹크>

 

시즌 3 제작이 무기한 연기되다.

대외적으로는 '데이비드 핀처'가 <러브 데스+로봇> 시즌 2와 <맹크>의 제작 때문에, <마인드헌터>시즌 3를 만들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시즌 3를 꼭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핀처가 완전히 <마인드헌터>에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핀처의 마음을 추측해보자면 이렇다. 일생일대의 역작을 계획해서 세밀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밑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나서 채색을 다른 작가에게 맡겼더니, 자신의 밑그림대로 안 하고 막 나가는 거다. 그래서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엇나간 채색을 수정하고 또 수정해서 이상한 것이 완성된 기분. 그건 이제 자신의 작품이 아닌 것이다. 

 

<터미네이터> 1, 2편은 지금 봐도 재밌고 잘 만든 영화다. 그래서 여러 후속 편이 나왔는데, 전부 원작의 명성에 먹칠하는 영화였다. 최근에 나온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1편과 2편에 먹칠한 수준이 아니라, 유산 자체를 없애버리는 끔찍한 영화였다.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의 감독인 '팀 밀러'는 원작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자신의 권한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인터뷰를 남겼다. 

'데이비드 핀처'는 '팀 밀러' 감독과 친하다.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를 만들며 고통받는 팀 밀러를 보고 결심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손에 <마인드헌터>시리즈가 망가지는 걸 지켜보느니, 내 손으로 접어야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그럼에도 터미네이터 1,2편은 명작이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마인드헌터>는 시즌 1, 2만 봐도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다.

 

시즌 1만으로도 충분히 웰메이드 범죄 수사물. 

시즌 1 ★★★★

시즌 2 ★★★

 


  • 넷플릭스에서 <살인을 말하다 : 테드 번디 테이프>, <나를 찾아줘>, <세븐>을 시청 가능.
  • 왓챠플레이에서 <트루 디텍티브>, <조디악>을 시청 가능.
  • 홀든 역의 '조나단 그로프'는 <겨울왕국>의 '크리스토프' 성우로 출연했다. 커밍아웃한 동성연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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